• 제43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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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108

호생관 毫生館 최북 崔北 1712-1786
산수 山水
종이에 수묵담채
92.7x48.5cm
액자/추정 KRW 25,000,000-50,000,000


江村烟外雨絲絲 綠笠漁翁捲釣遲
日暮得魚歸細逕 屋頭紅杏暎疎籬
강마을은 안개 너머에 있고 비는 실처럼 내리는데, 푸른 삿갓 쓴 어옹은 낚싯대를 더디 거두네.
날 저물어 물고기를 얻고 좁은 길로 돌아가니, 집머리 붉은 살구꽃은 성긴 울타리에 비치네.

右 先人江村詩
子思質書
崔北畵
오른쪽은 선친의 「강촌시」이다.
아들 사질이 쓰고, 최북이 그렸다.


출품작은 호생관 최북毫生館 崔北이 강촌의 저녁 풍경을 그린 산수화이다. 화면 왼쪽 상단에는 “毫生館寫”라고 적혀 있어 최북의 작품임을 밝히고 있으며, 오른쪽 상단에는 칠언절구의 화제시와 함께 “右 先人江村詩 子思質書 崔北畵”라는 관지가 적혀 있다. 여기서 ‘선인先人’은 돌아가신 부친을 가리키는 표현이므로, 이 시는 사질思質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부친이 지은 「강촌시江村詩」를 적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작품은 최북이 그린 강촌 산수에, 훗날 사질이 부친의 시를 덧붙여 써넣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최북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직업화가로, 산수에 능해 ‘최산수’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이 작품은 웅장한 산악을 그린 산수화라기보다, 한적한 강촌의 정경을 간략하고 담담하게 포착한 산수화에 가깝다. 넓은 여백 속에 강과 산, 마을과 인물을 단정하게 배치하고, 안개가 낀 듯한 분위기를 옅은 먹과 간결한 필선으로 표현하였다.

화제시는 비 내리는 강마을에서 낚시를 마친 어부가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읊은 것이다. 가는 비는 실처럼 내리고, 강마을은 안개 너머로 흐릿하게 잠겨 있다. 푸른 삿갓을 쓴 어부는 낚싯대를 거두어 돌아가고, 집머리에는 붉은 살구꽃이 울타리 너머로 비친다. 비 내리는 강촌의 정경과 그 속을 지나는 인물의 모습이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드러난다.

화면의 정경은 뒤에 더해진 화제시와 자연스럽게 호응한다. 화면 하단에는 낚싯대를 둘러멘 인물이 작은 다리를 건너고 있으며, 그뒤로 물길과 언덕이 이어진다. 중경에는 강가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 희미하게 보이고, 뒤편으로는 낮은 산줄기가 넓게 펼쳐져 있다. 산과 수목은 옅은 먹으로 간략하게 처리되어, 비안개 속에 잠긴 강촌의 고요한 분위기를 이룬다.

출품작은 최북이 그린 강촌 산수에 사질이 자신의 부친이 지은 시를 더해 완성한 작품이다. 화면의 산수와 화제시는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비 내리는 강촌의 정경과 낚시를 마치고 돌아가는 어부의 모습을 한층 또렷하게 환기한다. 옅은 먹과 간략한 필선으로 이루어진 최북의 담담한 산수 표현에, 강촌의 정취를 읊은 시가 더해지면서 그림과 시가 함께 서정적인 분위기를 이루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