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3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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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125

빈풍칠월도 8폭병풍 豳風七月圖八幅屛風 -

종이에 수묵담채
120.5x59.3cmx8
병풍/추정 KRW 10,000,000-25,000,000


『시경詩經』 「국풍國風」의 빈풍豳風 제1편 「칠월팔장七月八章」의 내용을 화제로 삼아 그린 8폭 병풍이다. 「칠월팔장」은 주나라 빈豳 지역의 농가 생활을 노래한 시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농사와 누에치기, 길쌈, 수확, 사냥, 겨울 준비, 제사와 잔치가 이어지는 한 해의 생활상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각 폭 상단에 「칠월팔장」 구절을 나누어 적고, 그 아래에 시의 내용과 대응되는 농촌 풍경을 펼쳐 보인다.

화면에는 산과 강, 마을과 들판이 폭마다 이어지듯 배치되어 있으며, 그 사이로 밭을 가는 사람, 짐을 나르는 인물, 물가에 모인 사람들, 집과 울타리, 배와 다리, 누각과 초가 등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봄의 농사 준비와 뽕잎 따기, 여름의 들일, 가을의 수확과 저장, 겨울을 앞둔 생활의 모습이 산수 속에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화제에 나타난 계절별 생업의 장면을 시각화하고 있다. 넓은 여백을 둔 산수 구도 안에 농경과 생활 장면을 작게 배치하여, 화면은 한층 차분해지면서도 각 장면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물도록 하였다.

그림은 담묵을 중심으로 부드럽게 전개되지만, 수목과 가옥, 인물의 움직임 등 세부 묘사에서는 비교적 세심한 필치가 드러난다. 특히 화면 곳곳에 배치된 절벽과 바위는 짧고 단단한 선묘와 먹의 농담으로 굴곡을 살려 표현하였는데, 이는 산수 공간에 깊이를 더해준다. 멀리 이어지는 산세와 물가의 공간감 역시 간결한 선과 옅은 먹빛으로 처리하면서도 화면이 지나치게 단순해지지 않도록 구성하였다. 각 폭의 장면은 소박한 정취를 지니면서도 산수와 풍속의 요소가 안정적으로 어우러져 있어, 시의 내용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완결된 회화적 장면으로 완성하였다.

「칠월팔장」은 단순히 농가의 풍속을 읊은 시가 아니라, 농업과 양잠, 수렵, 제향 등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질서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해되어 왔다. 따라서 이 병풍 역시 자연 속 한가로운 풍경을 그린 산수도에 그치지 않고, 『시경』의 고전적 내용을 바탕으로 근면한 농사, 백성의 생업, 계절의 순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그림을 그린 인물은 확인되지 않지만, 마지막 폭에 “芝園 題”라는 관지가 있어 ‘지원芝園’이라는 인물이 화제를 쓴 사실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