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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계 조중묵은 조선 말기 초상화로 이름을 날린 도화서 화원으로, 시문에 능했던 조수삼趙秀三의 손자이다. 태조太祖·철종哲宗 어진 등 여러 차례의 어진 도사에 참여하였으며 희원 이한철希園 李漢喆과 함께 당대 초상화의 쌍벽으로 불렸다.
출품작은 조중묵의 드문 산수화로, 가을날 산 속 집에 앉아 홀로 책을 읽은 선비의 모습을 담았다. 화면 상단에는 추사 김정희의 시를 화제로 적었다.
一院秋苔不掃除 風前紅葉漸飄疎
虛堂盡日無人過 老樹低頭聽讀書.
가을 이끼 쓸지 않아 온 뜰에 가득하고,
바람 앞에 붉은 잎은 성글어만 가네.
빈 집에는 종일 지나는 사람 없고,
늙은 나무 고개 숙여 글 읽는 소리 듣고 있네.
화면 구성이 면밀하고 맑은 색채를 써 담담하게 그린 그림으로 화제시와 어우러져 쓸쓸한 가을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며, 산수화에도 뛰어났던 조중묵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