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3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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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91

이범진 李範晋 1852-1911
석란 石蘭
종이에 수묵
111x33.7cm
족자/추정 KRW 9,000,000-16,000,000


이범진은 흥선대원군 집권기 포도대장 등을 역임했던 이경하李景夏의 아들로 태어나 이조참판·형조참판·공조참판 등
을 역임한 인물이다. 1879년에 식년문과에 급제한 뒤 고종의 신임을 받았으며, 을미사변 이후에는 고종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시킨 아관파천에 관여하였다. 이후 법부대신에 임명되어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진상 규명에 힘썼고, 주미공사와 주러 전권공사 등을 지내며 대한제국의 외교적 자주권을 지키고자 노력하였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된 뒤에도 이범진은 귀국 명령에 따르지 않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아 비공식 외교 활동을 이어갔다.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대한제국 특사단을 파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차남 이위종李瑋鍾을 이상설李相卨·이준李儁과 함께 헤이그에 동행하게 하였다. 또한 연해주 지역의 항일 의병 활동과 신문 발간을 후원하는 등 국권 회복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였다.
1910년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하자 이범진은 이듬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순국하였다. 그의 생애는 망국의 현실 속에서도 외교적 저항과 독립운동 지원을 멈추지 않았던 대한제국 지식인의 삶을 보여준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출품작은 대한제국기 정치가이자 외교관, 순국지사였던 이범진李範晋이 그린 묵란도이다.
작품 상단에는 다음과 같은 화제를 적었다.

墨池餘瀋 寫出沈悶涔寂之氣
남은 먹으로 침잠하고 적막한 정취를 그려내네.

화제 끝 부분에는 왕실에서 내려준 별호 천운이라는 뜻의‘어사서호천운御賜書號川雲' 주문방인과 '이범진인李範晉印' 백문방인 두 방의 도장이 찍혀 있는데, ’천운川雲‘은 1885년 명성황후가 이범진에게 내려준 당호이다.
이범진의 글씨와 그림은 전하는 예가 드문데, 이 작품은 그의 서화 작품으로서 희소성이 있을 뿐 아니라, 묵란의 형상에 화제의 내용이 더해져 단순한 문인화적 감상을 넘어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의 고독한 심회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욱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