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3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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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34

동춘당 同春堂 송준길 宋浚吉 1606-1672
양기발처 陽氣發處
1671년(신해)
종이에 먹
113x36cmx8
병풍/추정 KRW 45,000,000-80,000,000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동춘당 송준길同春堂 宋浚吉(1606-1672)이 『주자어류朱子語類』와 『순자荀子』 「부편賦篇」의 구절일부를 대자大字로 쓴 서예 작품이다.

송준길은 사계 김장생沙溪 金長生(1548-1631)과 신독재 김집愼獨齋 金集(1574-1656)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율곡 이이栗谷 李珥(1536-1584)로 이어지는 기호학파畿湖學派의 학통을 계승한 조선 후기의 대표적 유학자이다.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1607-1689)과는 한 살 차이로 어려서부터 함께 수학하였고, 이후 학문적·정치적으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두 사람은 17세기 서인 학통을 대표하는 인물로, ‘양송兩宋’ 시대를 전개하였다.

송준길은 서예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의 글씨는 송시열의 글씨와 함께 ‘양송체兩宋體’로 불리며 기호학파 문인들과 은진 송씨 가문을 중심으로 계승되었다. 송준길의 글씨는 단정한 골격과 굳센필세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문인 서예 특유의 온화한 기운을 지닌다. 행서와 초서에 능하였고, 특히 큰 글씨와 비갈碑碣의 글씨에서 그 장점을 잘 드러냈다. 송시열의 글씨가 중후하고 웅장한 필세를 특징으로 한다면, 송준길의 글씨는 활달한 운필 속에서도 부드럽고 온화한 정취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출품작은 송준길이 1671년에 쓴 대자 행초서 8폭 병풍으로 송준길 만년의 필치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큰 자형을 사용하면서도 글자의 폭을 과도하게 넓히거나 과장하지 않고 각 글자의 중심을 유지하여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획의 굵기에는 변화가 있고 붓의 흐름에는 속도감이 느껴지지만 전체적인 결구는 흐트러지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굵은 획에서는 힘 있는 필세가, 이어지는 획에서는 행초서 특유의 유연한 운필이 드러나 글자마다 생동감을 더한다.
이처럼 큰 글씨가 주는 시각적 힘과 행초서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함께 나타나면서도, 작품 전반에는 단정하고 절제된 분위기가 유지된다.

이 작품은 문구의 출전과 내용을 통해 성리학자로서 송준길의 학문적 기반을 엿볼 수 있으며, 글씨의 구성과 필치에서는 부드러운 흐름 속에서도 획의 힘과 글자의 중심이 분명하게 유지되어 송준길의 서예적 역량을 함께 보여준다. 송준길 글씨가 가지는 온화하면서도 강건한 성격, 그리고 ‘양송체’로 대표되는 17세기 조선 사대부 서예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 위치한 ‘동춘당생애길’의 석재 조형물에도 이 병풍의 내용 전문이 새겨져 있다.

작품수록처 | 『2006·2007 동춘당·우암선생 탄생 400주년 기념-송준길·송시열』 (예술의전당, 2007), pp.42-43


陽氣發處 金石亦透
精神一到 何事不成
皓天不復 憂無彊也
양기가 발發하는 곳에 금석도 뚫을 수 있다.
정신을 한결같이 하면 어떤 일이든 이루지 못하겠는가?
밝은 하늘이 회복되지 않으니 근심이 그지없도다.

崇禎辛亥 首夏 上澣 春翁書贈
숭정 신해년(1671) 음력 5월 상한에 춘옹이 써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