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3회 미술품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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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t. 031

창암 蒼巖 이삼만 李三晩 1770-1847
시고 8폭병풍 詩稿八幅屛風
종이에 먹
98.5x46.7cmx8
병풍/추정 KRW 5,000,000-15,000,000


조선 후기의 명필 창암 이삼만蒼巖 李三晩이 도연명陶淵明의 「독산해경讀山海經」 제1수를 쓴 대자 초서 병풍이다. 여덟 폭으로 구성된 화면에는 각폭마다 두 줄의 글씨가 세로로 배치되어 있으며, 시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 작품은 큰 자형과 빠른 운필을 바탕으로 한 이삼만 초서의 활달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획의 굵고 가는 변화, 먹의 농담, 비백飛白의 효과와 연면連綿되는 필세가 어우러지며 화면에 생동감 있는 리듬을 만든다. 대자大字로 쓴 초서임에도 자유로운 필법과 안정된 구성감이 함께 드러나는 점에서 이삼만 서예의 개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또한 서로 다른 색지色紙를 사용한 점도 이 병풍의 특징이다. 담갈색, 황토색, 청록색, 남색 계열의 바탕이 폭마다 교차되어 서예 작품으로서의 구성에 장식적인 효과를 더한다. 도연명 시의 한적한 정취와 창암 초서의 활달한 필치가 어우러져, 조선 후기 대자 초서 병풍의 한 양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孟夏草木長 繞屋樹扶疎
초여름이라 초목들이 자라고, 집 둘레에는 수목이 무성하네.

衆鳥欣有託 吾亦愛吾廬
뭇 새들은 깃들 곳이 있어 기뻐하고, 나 또한 나의 초가를 사랑하네.

旣耕亦已種 時還讀我書
밭 갈아 씨를 뿌리고, 집에 돌아와 책을 들추어 읽네.

窮巷隔深轍 頗廻故人車
후미진 곳이라 벼슬아치 발길 멀지만, 옛 벗의 수레가 이따금 돌아 찾아오네.

歡然酌春酒 摘我園中蔬
기쁜 마음으로 봄술을 따르고, 내 뜰의 채소를 따네.

微雨從東來 好風與之俱
보슬비 동쪽에서 내려오고, 훈훈한 바람이 함께 불어오네.

汎覽周王傳 流觀山海圖
주왕전을 두루 펼쳐 보고, 산해경의 그림을 따라 흘러가듯 살펴보네.

俯仰終宇宙 不樂復何如
아래위로 고개돌려 우주를 꿰뚫으니, 즐겁지 않다면 또 무엇이 즐거우랴.